시와 憧憬

신해욱, 「빚」(낭송 신현실)

cassia 2012. 1. 16. 02:14
    신해욱, 「빚」(낭송 신현실) 신해욱, 「빚」  천사에게 몸을 꾸었다. 부족하지 않을 만큼 나에게도 있었는 시간과의 비례가 나는 아주 좋지 않은 경우였다고 한다. 천사의 몸으로서 앞으로 나는 빚에 시달리게 된다. 날개로 간신히 숨을 쉬며 무거운 어깨가 영영 어쩔 수 없어져가게 된다. 천사는 거의 뒷모습으로 웃으며 눈보다 하얀 생각에 파묻혀야 한다고 했다. 천사의 몸은 언제나 돈보다 비싸고 시간보다도 길어서 갚을 길이 없다고 했다. 쓸모가 없어진 나의 표정을 결국 나는 몇 번밖에 본 적이 없게 된다. 깨질 것처럼 단단하게 굳은 얼굴이던 순간 그러나 천사의 눈물이 나의 앞을 가로막게 된다. 시_ 신해욱 - 1974년 춘천 출생.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간결한 배치』『생물성』 이 있음 낭송_ 신현실 - 배우. 출전_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신해욱, 「빚」을 배달하며 이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상해요……. 시라는 장르가 아니라면 이런 간결한 말들 때문에 이렇게 슬퍼지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 않나요. 지금 내 몸이 천사에게 몸을 빚진 거라면요. 몸을 꾸긴 했는데 언제 갚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어쩌죠? ‘거의 뒷모습으로 웃는 천사’의 모습으로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는 나를 느끼나요. 혼자 울고 있는 당신의 손을 따스하게 꼭 잡고 볼을 대어주고 싶은데, 실은 이 몸이 빚 덩어리랍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어떤 돈보다도 천사의 몸이 더 비싸다는 것. 돈으로 셈할 수 없이 훨씬 훨씬 더 비싸다는 것. 그것이 비록 잘못 바꿔 입은 몸일지라도.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