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스크랩] 신덕룡, 「만월」(낭송 박경찬)

cassia 2010. 12. 20. 01:52
    신덕룡, 「만월」(낭송 박경찬) 덕룡, 「만월」 밀반죽 한덩이로 팔천 가닥의 면발을 뽑아내는 사내가 있다. 반죽을 치대고 늘이고 꼬고 두들기며 가업을 이은 지 이십여 년. 투박한 손긑에선 거미줄 같은 면발이 흘러나왔다. 차지고 질긴 면발 가닥 가닥엔 엉겨 붙은 삶의 옹이를, 옹이의 속살까지 보듬고 걸어온 이의 담담한 눈빛이 이른 봄의 달빛처럼 환하게 찰랑거렸다. 풀치재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눈이 부셨다. 처음부터 투명한 맑은 빛이 잘랑잘랑 따라왔던 셈인데 터널을 지나서야 알아챈 것이다. 누가 이 고요를 흩뜨리는가. 문틈으로 들어온 달빛 한 가닥씩 물고 쩝쩝거리던 우리 사남매 주린 배를 달래주던 꿈속 같구나. 흔흔해서 눈 감으니 젊은 어머니, 밤새워 돌리는 재봉틀 소리 결마다 곱다. 출전 : 『아주 잠깐』(서정시학) 신덕룡, 「만월」을 배달하며 햇빛의 가닥가닥 줄기에서 "팔천 가닥의 면발"을 이끌어내는 힘은 오랜 기억 속의 배고픔이겠죠. 어릴 적 시인의 사남매는 이미 "문틈으로 들어오는 달빛 한 가닥씩 물고 쩝쩝거리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넘치는 양념 때문에 빛깔과 냄새가 화려하고 요란해서, 요즘 음식은 맛맀어 보이지만 금방 질리죠. 밀려드는 음식은 전혀 배고플 틈을 주지 않아 마음까지 비만으로 만들죠. 추억 속의 배고픔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별미일 것입니다. 가난을 악착같이 기워 추위와 배고픔을 막으려던 어머니의 기억까지 더해져 더욱 그리워지는 별미. 아무리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닌들 이제 어디서 이 별미를 맛볼 수 있을까요?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 출처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글쓴이 : 새벽(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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