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한글학회 100돌? I don’t know…‘영어 광풍’에 빠진 대한민국

cassia 2008. 3. 1. 07:42

한글학회 100돌? I don’t know…‘영어 광풍’에 빠진 대한민국

 

 

 

우리말과 글을 지켜온 한글학회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새 정부가 최근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져 예산부족 등으로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한글학회 100돌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오는 8월31일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100년사 편찬, 학술대회, 기념비 건립,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사업 계획을 세웠다.

한글학회는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의 주도로 1908년에 세워진 뒤 1942년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 사건 등 역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100년 동안 꿋꿋이 한글을 보급하고 다듬어 왔다.

그러나 기념사업회는 예산 부족으로 당장 빚을 내야 할 처지다. 사업계획 예산을 당초 6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낮췄지만 지금까지 모금한 후원금은 지난해 회원들이 기부한 3500만원에 불과하다. 한글학회가 민간학술단체다 보니 정부의 예산이 ‘쥐꼬리’인데다 영어 대세론의 세태를 반영하듯 일반인과 기업들의 후원금도 뚝 끊겼다.

문화관광부가 기념사업 추진비 명목으로 보조금 1억원을 책정했지만
국립국어원을 통해 예산을 배분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두 지원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운상 한글학회 사무국장은 “관계 기관과 기업에 후원금 요청 공문도 띄우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며 “다들 한글학회가 100주년을 맞았다는 데는 놀라지만, 대부분 지원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와 이내 내민 손이 부끄럽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념사업회는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908년 한글학회 창립 총회를 처음 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봉원사로부터는 기념비 설치를 허락받았다. 한글학회 활동을 고스란히 담은 100년사 편찬은 원고가 마감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편집 작업을 거쳐 내년 초쯤 발간할 예정이다. 우리말과 글의 세계화를 위한 학술대회도 8월 말로 잡았으며 국내외 유명 학자들에게 일단 초청장을 보냈다.

한글학회가 어려운 형편 속에도 의욕적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바닥에 추락한 한글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다. 새 정부의 영어 몰입식 교육 방침에 따라 우리 문화와 정신의 혼이 담긴 한글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자칫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극제가 됐다.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은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말투를 우리 고유한 말로 착각하고 버젓이 행정, 학술, 일반생활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영어까지 공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일제 강점기부터 우리말을 지키고 보급해온 한글학회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한글학회는 100돌을 자랑하기보다는 한글의 위상이 떨어진 데 질타를 받고 거듭 태어나겠다”며 “올해를 새로운 원년으로 삼아 우리말과 글의 미래를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한글학회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
일 정 사 업 내 용
2008년 8월15일∼9월5일 기념 전시회 한글 문헌 및 활자, 목판, 한글 무늬 상품과 소프트웨어 등 전시
2008년 8월27일∼29일 학술대회 한글학회 100년 회고와 전망
2008년 8월29일 기념비 건립 서울 서대문 봉원사에 창립 기념비 건립
2008년 8월30일 100돌 기념식 한글학회 빛낸 100인 선정, 창립 기념품 및 우표 발행, 창립 다큐멘터리 제작
2009년 1월 100년사 편찬 한글학회 100년 발자취
미확정 기타 행사 서예 전시, 연극 공연, 음악회, 한글 무늬옷 공모 및 제작, 한글을 빛낸 인물 추모제, 마라톤대회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