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미래에 왜 우리는 필요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

cassia 2007. 9. 16. 13:39

미래에 왜 우리는 필요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

                                                                                                                  빌 조이


  미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기업의 하나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 사’의 대표 과학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빌 조이(Bill Joy)는 미국 잡지 Wired 2000년 4월호에 컴퓨터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거의 필연적으로 닥쳐올 재앙에 대해 경고하는 글을 실었다. 그는 3년전 ‘정보기술에 관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 임명된 바 있고, 미국을 위시해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정보기술 유토피아라는 대규모 사회적 실험에 책임있는 과학기술자 그룹의 핵심적인 멤버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들이 인류사회 던져주고 있는 엄청난 도전을 고려할 때, 오늘난 인류의 운명이 급속도롤 걷잡을 수 없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과기술이 구세주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존재를 뿌리로부터 파괴하는 ‘악마의 기술’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빌 조이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내가 새로운 기술의 창조에 관여했을 순간부터 윤리적인 문제는 줄곧 내 관심사였지만, 1998년 가을 저명한 발명가 레이 커즈웨일을 만나고 나서 비로소 나는 21세기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험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크게 우려하게 되었다.   레이는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 될 것이며, 우리는 로봇이 되거나 로봇과 뒤섞이거나 할 것이라고  했다. 버클리 대학의 존 서얼은 로봇이 의식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늘 지각능력있는 로봇이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미래를 상상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이미 입증된 레이의 주장을 듣고는 더 이상 근거없다고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유전자공학과 나노테크놀로지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우리에게 세계를 개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똑똑한 로봇이 실제로 출현할 날이 임박했다는 시나리오는 놀라운 뉴스였다.

 

  나는 레이의 책 『정신적 기계의 시대』라든가, 한스 모라벡의 책 『로봇-단순한 기계로부터 초월적인 정신으로』를 통하여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기계들이 개발되어 기계들이 사람의 능력 보다 총명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마침내 기계들이 통제력을 장악하게 되리라는 우려에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될 가능성이 것은 잘못된다”라는 머피의 법칙이 떠오른다. 나는 또한 『스타 트랙』의 인물, 강한 파괴적 혈통을 가진 부분적으로 로봇생물인 보르그를 떠올렸다. 보르그와 같은 유형의 재앙은 이미 공상과학 소설에서는 단골소재이다.

 

  그럼에도 좀더 일찍 로봇으로 인한 디스토피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거의 일상화된 상황에서의 삶에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는 21세기의 압도적인 과학기술들 - 로봇공학, 유전자공학, 나노테크놀로지 - 은 지금가지의 과학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인공 유기체와 극미로봇(nanobot)은 특히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것들이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은 또한 각기 미증유의 장미빛 미래를 약속한다. 레이 커즈웨일은 자신의 로봇에서 거의 영생불사의 비젼을 보고 있고, 유전자공학은 대부분의 질병에 대한 처치를 제공할 지 모르며, 나노테크놀로지에 기초한 의학은 보다 많은 질병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테크놀로지 - 유전공학, 나노테크놀로지, 로봇공학 - 는 너무도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은 전체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오용과 사고를 낳을 수 있따. 가장 위험스러운 것은 이 기술들이 개인과 소그룹들의 손아귀에 쉽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능한 현실은 지식에 기반한 대량파괴이며, 이것은 자기 복제의 힘으로 엄청나게 증폭된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나는 우리가 극단적인 악이 저질러질 수 있는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십년 동안 무어(Moore)의 법칙은 반도체 기술이 지수함수적 속도로 발전할 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2030년이 되면 오늘날의 개인용 컴퓨터 보다 백만배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가진 기계가 출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커즈웨일과 모라벡의 꿈은 실제로 충분히 실현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컴퓨터가 유전학과 결합될 때, 자연세계에 국한되어 있던 복제와 진화의 과정이 인간의 손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하면 사용하기 간편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궁리하면서 보내왔다. 그러나 지금 30년 내에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전망되면서,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우리의 종(種)을 대체할지도 모르는 테크놀로지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로봇의 꿈은 첫째, 지능을 가진 기계가 우리를 위해 대신 일을 해주고 우리는 여가를ㄹ 누리며 에덴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로봇 종(種)과의 만남에서 살아남지 못할 지도 모른다. 둘째, 우리가 점차로 로봇기술로서 우리 자신을 대체하여 우리의 의식을 다운로드시킴으로써 거의 영생불사를 성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의 몸 안에 컴퓨터 장치를 넣어서 로봇으로 개조한다면 과연 그것이 지금과 같은 인간적 존재는 아닐 것이다.

 

  유전자공학은 수천종의 새로운 박테리아, 식물, 바이러스, 동물을 만들어내고, 복제를 통해서 자연적인 생식과정을 제거하거나 보완하며, 많은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을 개발하여 우리의 수명과 삶의 질을 개선해 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복제 와 같은 기술은 심각한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일으킨다. 만일 우리가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불평등한 인간종(種)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근본 초석이 되는 인간 평등의 개념을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에머리 로빈스는 “새로운 생물종의 개발이 진화의 법칙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전자공학 기술은 이미 너무 멀리 나아가버렸다. 미국 농무부는 50여 가지의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무제한적인 방출을 승인하였다. 세계의 콩의 절반 이상과 옥수수의 1/3 이상이 지금 다른 생명체들로부터 떼어낸 유전자 조각들을 포함하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의 놀라운 기술은 에릭 드렉슬러의 『창조의 엔진』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원자 수준의 물질을 조작함으로서 유토피아적인 풍요의 미래가 창조됨을 잘 묘사하고 있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값싸게 만들어지고 질병이나 육체적 문제가 나노테크놀로지와 인공지능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만해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89년 나노테크놀로지에 관한 한 모임에서 나는 그 기술이 그렇게 잘되지도 빠르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브로스 해슬래처로부터 나노스케일의 분자전자공학이 이제 실제적인 것이 되어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다시 10년전에 읽었던 드렉슬러의 책으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과거에 기억하지 못했던 부분, 즉 나노테크놀로지가 어떻게 ‘파괴의 엔진’이 될 수도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시 보게 되었다. 실제로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은 이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드렉슬러가

 

  무엇보다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GNR(유전학, 나노테크놀로지, 로봇공학) 기술에서의 파괴적인 자기 복제의 힘이다. 자기복제는 유전공학의 작동방식이다. 그것은 세포가 스스로의 설계를 복제하도록 하는 기술로써, 스타 트렉의 ‘보르그’처럼 제멋대로 일탈한 로봇이 출현할 수 있다. -기계를 만든 사람들이 부과한 윤리적 절제를 벗어나기 위해 자기복제를 하거나 돌연변이하는 이야기- 공상과학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거리다.

 

  20세기의 대량파괴 무기로 사용된 NBC(핵, 생물, 화학) 기술들은 대부분 정부기관의 실험실에서 개발된 군사용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21세기의 GNR 기술은 명백히 상업적 용도를 가지고 있으며 거의 예외없이 대기업에서 개발되고 있다.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대에 테크놀로지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거의 마술적인 발명품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우리는 현재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있는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그 체제 속의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경쟁압력 안에서 이들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이 제시하는 약속들을 공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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