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인생,....

cassia 2007. 4. 1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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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길을 따라 어지고,... 
 
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혼자 와서 
혼자 마시고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떠나
 
동도 아니고 
서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다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마른 꼴 비에 젖어 

 촉촉한 봄 냄새에 

 씰룩이는 젖소 코

 비포장도로의 아득한 끝은 

 구름 낀 하늘을 물고 

 흙먼지 위에는

 빗물 몇 방울

 늘 누군가와 

 약속을 한 듯하여라 

 오지 않을 사람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과. 

 벌써 몇 해째인가 

 계절 사이에  걸려 나부끼기를 

 지푸라기 한 올처럼

 외로운 첫 가을 

 달 없는 하늘 

 가슴엔 

 노래 백 가닥 

 비는 먼 바다에 쏟아지고―

 들은 바싹 타 들어가고

 논일하는 농부들 노래 

 기뻐도  슬퍼도  가락은 늘 하나

 내가 정말 믿는 것

 밤도 낮도 끝이 있다는 것

 눈밭에  발가벗은 아이 천 명

 한겨울의 악몽

 바람이 울부짖고 

 이리가 울부짖고―

 달은  숨었나   검은 구름 뒤로

 

 눈 덮인 벌판의 

 검은 두건

 까마귀 

 자기를 보고 놀라다

 밤은 길고, 낮은 길고, 생은 짧아

 눈밭에 사람 발자국― 

 볼 일 보러 가셨나? 

 돌아올까?  이 길로? 

 눈 덮인  묘지에 

 눈 녹는  묘비 셋―  어린 죽음 셋

 생각할수록  도무지 모르겠어 

 죽음을 그리 두려워할 이유를 

 눈 녹은 물에  저 건너 강 몸 뒤치는 소리 

 다시 들을 날 있을까

 어느새  인생 하나 지나와 

 나를 생각하며 우네. 

 나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잊어 주기를― 

 그러나 내가 다 잊을 만큼  깨끗이는 말고

 

Patricia Kaas - If You Go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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