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독서논술대회 대상 경주 용강초교 이혜원 양

cassia 2006. 12. 26. 01:37
"20년 넘게 글짓기 지도를 해 왔지만 혜원이처럼 비판력이나 분석력이 뛰어난 학생은 아주 드뭅니다. 혜원이의 글쓰기 실력이 단기간에 향상된 이유도 왕성한 독서가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지요."

지난달 25일 대구교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초등생 창의독서논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혜원(12·경주 용강초교 6학년) 양. 지난 1년간 이 양을 지도한 같은 학교 백금옥(48·여) 교사는 14일 시상식장에서 대견한 듯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대회는 학교장 추천을 받은 35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글쓰기 실력을 겨루는 자리. ''미운 오리 새끼'와 '갈매기의 꿈'을 읽고 주인공들의 자아실현을 비교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자아실현이라는 말조차 어려울 법하지만, 혜원이는 '오리는 자기가 처한 환경을 극복했고 갈매기 조나단은 자기 내부의 한계를 극복한 점에서는 다르지만 시련을 이겨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으로 자아실현에 성공했다.'고 짜임새 있게 써 내려갔다.
 
양선규 대구교대 국어과 교수도 "사물에 대해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비교하는 힘이 뛰어나다."고 평가했을 정도.

혜원이의 뛰어난 글쓰기 실력 뒤에는 선생님과 어머니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지도로 책을 읽고 느낌을 적는 습관을 꾸준히 기른 덕분에 1년 남짓한 글짓기 지도에서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보인 것.

백 교사는 "혜원이 경우 초기에는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훈련이 덜 돼 있었지만 또래에 비해 독서 수준이 매우 높았다."고 했다. 지난 26년간 부임하는 학교마다 글짓기 지도를 해 온 그는 국어를 잘하지 않고는 어떤 과목도 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 교사는 특히 혜원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은 아이여서 지도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귀띔했다.

"생활문을 쓸 때 하나같이 도입부에 '따르릉'이나 '딩동' 같은 특정한 의성어로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글짓기 학원에서 그렇게 배웠다는 거예요. 이런 아이들 경우에는 틀을 벗어나거나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해 가르치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혜원이는 1학기 초부터 학교 친구 5, 6명과 오후에 학교에 남아 90분가량 글짓기 공부를 했다. 서로 쓴 글을 돌려 읽고 의견을 나눴다. 혜원이는 "돌려 읽기가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을 읽고 저는 받기만 하는 소년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백설공주도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사랑받는 것이 옳은 건가요? 그런데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의견도 참 흥미로웠어요."

글쓰기 지도는 학교에서 이뤄졌다. 매일 아침 글쓰기 노트를 선생님(백 교사)께 제출했다. 선생님은 직접 첨삭을 해주는 대신 좋은 글이 될 때까지 거듭 퇴고를 하게 했다. 혜원이는 "특히 도입부를 쓰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 주제를 가지고 일주일 내내 고쳐쓰기를 반복한 적도 있다. 이런 훈련의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 지난달 경주시 교육청이 주최한 초등생 독서논술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혜원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독서를 시작했다. 역사책과 현대문학을 주로 읽었다. "'메밀꽃 필 무렵'을 처음 읽었을 때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아들이 왼손잡이더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엄마의 설명을 듣고야 알게 됐어요."

책을 읽고 나면 단 한 줄이라도 느낌을 메모하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 그 동안 쓴 독서노트는 4권이나 된다. 어머니는 혜원이가 쓴 독서노트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줬다. 마음에 드는 책은 10번 넘게 읽은 적도 있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 "책 속에 등장하는 '회색신사'(사람들을 속여 시간을 뺏는 집단)는 우리 마음속 한 부분이 겉으로 드러났다고 봐요. 남보다 앞서고 싶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보통의 아이들이 책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반면 혜원이는 지은이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제법 잘 소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원이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고 묻자, "반복해서 책을 읽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고,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편하게 쓰는 것이 비결"이라고 어른스런 대답을 했다.

◇ 혜원이가 말하는 독서·글짓기 비결
- 책을 읽고 나면 꼭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
- 같은 책이라도 반복해서 읽어보고 나만의 관점을 기르자.
- 글의 형식에 구애받지 말자.
- 선생님, 부모님과 책 내용을 소재로 대화를 나눠보자.
- 다른 사람의 감상평에도 귀를 기울이고 나와는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보자.
-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올 때까지 고쳐 써 보자.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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