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감나무 /함민복

cassia 2005. 10. 19. 17:04

 

 

 

감나무 /함민복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잘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출퇴근 길이 매일 새롭습니다.
좋은 것일 수록 한걸음 물러서 보라는 말이 퍼뜩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건 아마 이기적인 욕심은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희망사항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령 아름다운 꽃이 손 닿는 곳에 있다면
무심코 꺾어 가지고픈 욕망이 들 꺼라는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해서 웃습니다..

그 반대로도 생각해 봅니다..
정말 너무 미워서 꺾어버리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아 그냥 둬 버릴 수도 있다는 것....-.-=

저 앞서 잎새 보낸 까맣게 마르고 헐벗은 감낭게

거짓말처럼 빛고운 감이 주렁주렁입니다....

인간(이럴 때에는 사람보다 인간이 더 어울?립니다..ㅎㅎ)들은

딱 한 알 까치밥이라며 남기고 그대로 훌러덩 다 벗겨 갑니다..

나도 오늘 한 알  먹었습니다.. 생각없이...-.-=...ㅎㅎ  -semi's-


 

 


김세환의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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