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속에 왕소금 친 아픔을 밤새 딛고
바닥에서 어우른 숨죽은 배춧잎들
넉넉히 파 마늘 고춧가루
감싸줄 품이 생겼다
김일연 ‘절임’
일견 평범하게 보인다.
시조로서 가락도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그런 까닭에 ‘절임’은 그 내포의 의미에 치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왕소금에 절여져 밤을 보낸 배춧잎들에서 갖은 양념들이 비집고 들
넉넉한 품이 생긴 것을 깨닫는다.
김치를 담그는 일에서 이러한 일을 생각해낸 것은 생활의 발견이다.
이제 이 시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몇 번 가만가만 되뇌는 동안 담긴 속뜻을 다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름지기 그렇게 살아야 하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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