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 반만 본 산
돌아와서 다 뵙디다
눈에는 낡았던 절
가슴에는 불입디다
뜨는 눈 감는 사이가
부침인가 봅니다
섬은 서해 서녘
가뭇 가는 돛배였소
산숲은 높이 걸린
바람 받은 돛이었소
절이야 애당초 그 배에
실린 꿈이었다오
정완영 ‘전등사’
강화도에 있는 전등사라는 고찰을 참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직접 보면 더 잘 보일 텐데도 찾아갔을 때는 반만 보았다고 해놓고
‘돌아와서 다 뵙디다’라며 묘한 귀띔을 한다.
눈에는 낡았던 절이었으나, 가슴에는 불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섬을 가뭇 가는 돛배로, 산숲을 바람 받은 돛으로 본 것도 흥미로운데,
절을 그 배에 실린 꿈이었다고 하여 ‘정말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봄꽃이 다 지기 전 꼭 한번 찾아가 보았으면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전등사,
마치 노시인이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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