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전등사 / 정완영 (시조)

cassia 2005. 4. 15. 05:10

 

 

찾아가 반만 본 산

돌아와서 다 뵙디다

 

눈에는 낡았던 절

가슴에는 불입디다

 

뜨는 눈 감는 사이가

부침인가 봅니다

 

섬은 서해 서녘

가뭇 가는 돛배였소

 

산숲은 높이 걸린

바람 받은 돛이었소

 

절이야 애당초 그 배에

실린 꿈이었다오

 

정완영 ‘전등사’

강화도에 있는 전등사라는 고찰을 참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직접 보면 더 잘 보일 텐데도 찾아갔을 때는 반만 보았다고 해놓고

‘돌아와서 다 뵙디다’라며 묘한 귀띔을 한다.

눈에는 낡았던 절이었으나, 가슴에는 불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섬을 가뭇 가는 돛배로, 산숲을 바람 받은 돛으로 본 것도 흥미로운데,

절을 그 배에 실린 꿈이었다고 하여 ‘정말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봄꽃이 다 지기 전 꼭 한번 찾아가 보았으면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전등사,

마치 노시인이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이정환(시조시인)

'시와 憧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는 꿈으로 와서 - 용혜원  (0) 2005.04.15
주저앉은 당신에게...  (0) 2005.04.15
나는 행복합니다.  (0) 2005.04.15
쓰고 싶은 말  (0) 2005.04.15
Midnight blue  (0) 200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