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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cassia 2022. 10. 10. 15:29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서영처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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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1564~1616)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작품이다. 5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영화, 문학,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 장르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고 있는 살아 있는 텍스트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부권의 압박을 피해 한여름 밤의 숲으로 달아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셰익스피어는 보름달이 뜬 한여름 밤의 숲에 자연의 음향적, 음악적 요소를 도입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시각 이상의 중요한 감각기관인 청각이 일으키는 의미 작용에 주목한다. 숲속에는 세 쌍의 연인이 각각 독립적인 선율처럼 사건을 전개해 나가고 이 테마는 갈등과 변화를 일으키며 발전해 나간다. 연인들이 숲을 헤매며 만들어내는 사건은 자유로운 리듬과 선율이 되어 불협화에서 협화로 이어지는 음악적인 질서를 완성한다.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기의 다성음악(둘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동시에 노래하는 것)을 문학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룻밤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일어나는 사건들은 숲의 공간성을 충만하게 하고, 등장인물 간의 관계 경험을 강조하며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17세의 멘델스존(1809~1847)은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환상에 사로잡혀 피아노곡 '서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16년 뒤 빌헬름 4세의 요청에 따라 '한여름 밤의 꿈' 상연에 필요한 극 중 음악으로 12개의 관현악곡을 추가로 작곡했다.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와 시대적·지리적 거리가 멀었지만 그의 작품에서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멘델스존은 숲이라는 자연 속에서 셰익스피어가 숨겨둔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발견했다. 숲은 인공 도시와 달리 스스로 존재하는 본연의 공간이며 사랑의 은신처이자 대지의 힘으로 치유와 정화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더구나 보름달이 뜬 여름 숲은 무한함과 내밀함으로 등장인물의 내면에 숨겨진 신비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젊은 멘델스존은 문학과 음악이 형식과 표현의 문제에서 차이가 있지만 본질과 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운율, 악센트, 대구 같은 언어의 음악화를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연의 소리와 초자연적이고 마법적인 힘을 통해 사건을 변화시키고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음악으로 재구성하고 감성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경쾌하고 우아한 음향의 세계를 창조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숲에 대한 찬미이다. 멘델스존은 특유의 회화적인 기법으로 요정과 풀벌레들의 날갯짓,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을 들려준다. 서곡, 스케르초, 간주곡, 녹턴, 결혼 행진곡 등이 가장 유명하다. 셰익스피어의 르네상스와 멘델스존의 낭만주의의 융합은 시대를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한여름 밤의 꿈'이 가진 종합예술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해준다. 여름밤 불을 끄고 누우면 콘크리트 숲에서도 풀벌레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https://youtu.be/wmpY4KGEOoI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매일신문 2022-08-1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