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를 구한 왕자는 그 다음 어떻게 되지?"(So what happened after he climbed up the tower and rescued her?)
"그 다음에는 공주가 왕자를 구해줘요."(She rescues him right back.)
귀여운 여인(Pretty Woman, 1990)
감독: 게리 마샬
출연: 리처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
거리의 매춘부인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은 길을 알려 달라는 백만장자 청년 에드워드(리처드 기어)의 요청에 그의 차에 올라탄다. 호텔까지 함께 간 비비안은 그가 자기와는 판이한 신분의 남자인 것을 알지만, 주눅 들지 않고 에드워드를 대한다. 그와의 며칠 동안, 비비안은 상류사회를 경험하고, 에드워드와 격을 맞춰주기 위해 비싼 옷을 사 입고, 식탁 예절까지 배운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에드워드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에드워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귀여운 여인'은 정말 동화 같은 영화다.
길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인이 돈 많고 똑똑한 미남 청년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비비안은 고등학교도 중퇴한 가난한 여성이다. 반면에 에드워드는 배울 수 있는 끝까지 배운 인물이다. 수십억 달러 기업을 사고 파는 백만장자이고, 거기다 외모까지 준수하다. 둘이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영화 기획단계에서 언급된 것이 '신데렐라'였고, 결말의 대사 또한 왕자와 공주로 마무리된다. 떠나려는 비비안에게 롤스로이스 차를 몰고 에드워드가 찾아온다. 빨간 장미다발을 든 그가 외벽 철계단을 올라간다. 드디어 비비안을 품에 안고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를 나눈다.
"공주를 구한 왕자는 그 다음 어떻게 되지?"
"그 다음에는 공주가 왕자를 구해줘요."
행복한 결말이다. '귀여운 여인'의 제작사가 디즈니의 계열사인 터치스톤 픽처스다. 할리우드의 마법사들이 '귀여운 여인'을 한 편의 현대동화로 빚어낸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동화 같은 결말이 아니었다. 1980년대 말 영화의 배경이 된 할리우드대로에는 매춘과 마약이 넘쳐났다. 좌절된 꿈과 어두운 위험이 무겁게 내려앉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한 부자 남자가 한 매춘부를 만난다. 그 남자는 그녀를 호텔로 데려가 1주일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1주일 후 만났던 그 곳에 여자를 내려준다. 여자는 내리고 싶지 않았다. 남자에 대한 사랑이 싹튼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험악하게 그녀를 차에서 끌어내린다. 그리고 3천 달러를 내민다. 여자는 그 돈을 받지 않는다. 더 이상 매춘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남자는 돈을 던지고 차에 오른다. 여자는 떠나는 남자의 차를 향해 3천 달러를 던진다. 돈이 흩뿌려진다. 남자는 떠나고 여자는 돈을 다시 줍는다.
상당히 현실적이면서 가슴 아픈 이야기다. 첫 시나리오의 제목은 '3천'(Three Thousand)이었다. 이것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결말의 '귀여운 여인'으로 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