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누리

편혜영의 문장배달 -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cassia 2022. 4. 14. 16:53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중에서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배달하며
   
뜨개질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몇 번 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능숙한 뜨개질의 비밀은 힘을 빼는데 있다는 걸 말입니다. 뜨개질을 처음 하게 되면 혹여 놓칠까봐 실도 꽉 쥐고 바늘도 꽉 쥐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바느질한 땀이 엄청나게 촘촘하고 단단해집니다. 땀 사이에 바늘을 찔러넣기도 힘들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 바느질은 힘든 일이 됩니다. 실을 꽉 쥐느라 온몸의 힘을 주다 보니 손목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등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있느라 어깨도 아파옵니다. 힘을 주면 결국 뜨개질을 오래 못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뜨개질을 하려면 몸의 힘을 빼야 합니다. 한 땀 한 땀 느슨하게 떠나가야 그 다음 땀으로, 다음 단으로 수월히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손에 힘이 안 들어가니 실과 바늘을 움직이는 일이 편해지고 손도 팔도 어깨도 가벼워집니다. 땀과 단의 크기가 일정해지기도 하고요.
뭐든 꽉 쥐고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내게서 빠져나가도 된다는 마음으로, 놓쳐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힘을 빼는 일. 그렇게 가볍게 마음을 먹어야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능숙하게 해나갈 수 있습니다. ‘힘 빼기’야말로 매일의 삶을 한땀 한땀씩 살아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힘인 것 같습니다.
 2021

문학집배원 : 소설가편혜영 2022.04.14 (목)

작가 : 송지현
출전 :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문학동네, 2021)p.21- p.24

 

[소설]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 송지현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 교보문고

송지현 소설집 | “힘을 빼. 실이 네 손에서 빠져나가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쥐어. 꼭 쥐면 오히려 놓치는 거야. 대충 해.” 엉킨 매듭을 풀어 새롭게 뜨개질을 이어가듯이 실패와 헤어짐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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