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말을 때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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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말을 때리는 사람들」을 배달하며
오늘은 말(馬)과 말(言)이 같은 소리를 가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말과 말은 다만 소리만 같은 걸까. 우리가 말과 말의 사용법으로 말을 때리는 것밖에 모른다면, 그리고 경쟁적으로 누가누가 더 세게 때리는지에만 온통 정신이 쏠려 있다면, 말과 말은 지치고 상하고 미치고 흉포해진다. 우리가 말과 말의 세기와 속도에 취해 말과 말의 비명소리에 둔감해지고 무감해진다면, 말과 말은 멈춤을 뺏기고 잠을 뺏기고 꿈을 다 잃어버린다. 인간은 말과 말의 영육(靈肉)을 착취하면서 저 자신의 몸을 소진하고 영혼을 고갈시킨다. 인간은 말과 말을 주인처럼 때리면서 말과 말의 원한을 생산하고 말과 말의 복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니체는 길에서 매를 맞고 있는 말을 발견하고 달려가 그 말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다가 졸도했다고 한다. 말이 미치기 전에 니체가 먼저 미쳤다.
문학집배원 시인 김행숙 2020.08.06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강성은
출전 :『Lo-fi』(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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