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하재연,「우리는 만난다」

cassia 2018. 6. 21. 21:34

하재연,「우리는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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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하재연 시집, 『라디오 데이즈』, 문학과 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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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우리는 만난다」를 배달하며…


   시 속의 너와 내가 만나는 장소를 생각해봅니다. 야구장인가 봐요. 흰 공처럼 나는 당신의 팔을 부수고 라이트를 깨뜨리며 경기장 밖으로 날아갑니다. 나를 멀리 쳐내고 당신은 비 내리는 야구장을 힘껏 뛰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슬픔의 홈런을 칩니다.
     어린 시절에 ‘만남’이란 마냥 좋기만 한 단어였던 것 같아요. 앞마당에 내린 첫눈, 처음 뺨에 닿은 꽃잎, 처음 만난 바다, 처음 사귄 친구, 모두 놀랍고 아름다운 만남이었지요. 당신과의 만남도 시작은 분명 그랬을 텐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투우장에 나부끼는 붉은 천과 흥분한 황소처럼 만나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오늘은 당신에게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모처럼 야구장과 투우장을 떠나, 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데서 만나는 거 어때?’라고요.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2018.06.21(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