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것들을 위하여
김선굉(1952~ )
봄 햇살 받으며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을 본다.
여태 저 강물 내 것이어서 어여쁘다 했는데,
오늘 저 강물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저 물이 거느린 것들 가운데 단 하나도,
저 물 휩싸안고 흐르는 시간 중 단 한순간도,
내 것이 아니어서 더 어여쁘고 귀했던 것이다.
봄 강물 한 줄기가 내 가슴으로 흘러들면서 말한다.
네 몸의 어느 한 부위도 네 것인 것 없으며,
네 호흡의 어느 한 숨결도 네 것인 것 없으며,
네 것이 아니어서 낱낱이 꽃피는 것이었으며,
네 것이 아니어서 꽃잎 지는 것이었으며,
그래서 피는 것 지는 것 다 어여쁜 것이었으며,
호흡과 호흡 사이로 출렁출렁 흐르는 것이라며,
내 몸을 한 바퀴 돌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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