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윤한로,「지스락물」(낭송 윤한로)

cassia 2015. 6. 25. 21:27

윤한로,「지스락물」(낭송 윤한로)

 

 

 

윤한로,「지스락물」


장마 끝나고 뙤약볕 쏟아지누나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오막살이라고
피지 말란 법 있댜
돼지울 개구랑창 흰 도라지 분홍 도라지 한창이고

 

저녁 새때 웬 눔의 초학에 더우까지 잡숫더니
시나브로 까부라지던 성님

 

썩은새 추녀 끝
장근 보름 고인 지스락물 뚜욱 뚝
맑게 듣네
굼벵이 노래기 냄새에 예미,
한 대접 벌컥벌컥 들이켜곤
씻은 듯

 

가운데 성님 용두질쳤네
지게작대기 잡은 참 낭구하러 갔네

 

시·낭송_ 윤한로 - 1956년 충북 영동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현재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교사. 최근 시집 『메추라기 사랑 노래』를 펴냄.
출전_ 메추라기 사랑 노래(시인동네 시인선 28) 『메추라기 사랑 노래』(시인동네)
음악_ 정겨울
애니메이션_ 제이
프로듀서_ 김태형


윤한로,「지스락물」을 배달하며

 

‘지스락물’은 낙숫물의 전라도 사투리인데요. 전라도에는 지스락물이 댓돌 뚫는다라는 속담이 있다죠. 여름 더위 먹어 몸이 까부라질 때 이 ‘지스락물’ 한 대접 벌컥 들이키면 없던 힘도 생기나 봅니다. 비위 약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내겠지만, 썩은새 추녀에서 굼벵이 노래기 함께 썩은 물 떨어지는데, 이걸 받아 마시고 “가운데 성님 용두질쳤”다네요. 믿거나 말거나! 이게 참말인지 아닌지는 ‘지스락물’ 한 대접 마셔봐야 알겠죠?

 

문학집배원 장석주 2015. 6. 24.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