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함박눈 / 목필균

cassia 2012. 12. 3. 06:13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함박눈 / 목필균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정석 - 첫눈이 온다구요 (1986年)

     

     

     

     

    겨울 일기 - 함박눈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히 눈 쌓이면
    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

     

    오늘 같은 날에는
    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
    보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임태경 - 첫눈이 온다구요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