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傳燈寺 가는 길

cassia 2007. 1. 12. 18:55


     


    傳燈寺 가는 길 / 송유자  


    그대, 우리 너무 오래 마음에 불을 끄고 사는지
    내 안에 환했던 그대, 소식 한 장 없고
    가물가물 불씨 일렁이는 그리움 앞세워
    전등사 가는 길, 노랗게 꽃등 밝힌 개상사화 본다.
    등잔처럼 환하게 세상을 밝히자던 우리의 약속,
    뜬구름 바람잡던 한시절 덧없는 밑그림이었을까,
    감나무 끝에 매달린 까치밥, 누군가 밝혔을 저 등잔 하나,
    그만 눈부셔 까맣게 그을린 목심지가 뜨겁다.
    상수리나무 숲속을 뛰어다니는 다람쥐떼,
    도토리 찾는 발소리 끊임없고,
    지쳐서 헤매는 길은 발소리만 요란한데
    그대, 세상의 가난에 어둡게 그을리지 않겠다고
    석유등피를 닦던 날도 있었건만
    이제는 알 수 없이 어두워져 나도 나를 읽을 수 없다.
    전등사에 가면 까맣게 불꺼진 이 마음을 밝힐 수 있는 것인지,
    가물거리듯 꺼지지 않는 그리움이 불빛처럼 먼저 앞서가는 길
    서해의 지친 일몰은 힘겹게 집어등을 傳燈하고
    환한 저 달은 기쁘게 봉홧불을 지피면서
    개상사화 하나 둘 사무치는 轉生을 폭죽처럼 터뜨리는 별을 본다
    그대, 저 鹽河를 건너 전등사 가는 길
    내 지친 몸이 불을 지피는지
    발등이 자꾸만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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