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문재,「풍등(風燈)」(낭송 박웅선)

cassia 2016. 7. 5. 20:46

이문재,「풍등(風燈)」(낭송 박웅선)

 

 

 

이문재, 「풍등(風燈)」


저것은 연이다.
연실 없는 연
거기 몸을 태우는 불꽃을
연실로 만드는 저것은 연
불의 연이다.


저것은 바람이다.
제 몸을 태워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는
제 몸을 덥혀 스스로 가벼워지는
저것은 소신공양이다.


저것은 별
지상에서 올라가는
마음이 올려 보내는
마음의 별이다.
마음으로부터 가장 멀어 질수록
마음이 환해지는 별이다.


저것은 소진이다.
자기 몸을 다 태워야
가장 높이 날아오르는
가장 높이 날아올라
자기 몸을 불살라버리는
저것은 가장 높은 자진이다.
승화다.

 

아침 이슬이
유난히 차고 맑은 까닭이다.


시_ 이문재 –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났다.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지금 여기가 맨 앞』 등이 있다.

낭송_ 박웅선 – 배우. 연극 ‘오셀로’, 영화 ‘한반도’ 등에 출연.
출전_ 지금 여기가 맨 앞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음악_ Stock Music / piano-classics n225 중에서
애니메이션_ 제이
프로듀서_ 김태형

 

이문재, 「풍등(風燈)」을 배달하며


수식어를 줄여 시에 힘을 가했다. 온 몸으로 밀고 가는 시이다.

풍등은 연이다. 연실 없는 연, 불꽃, 불의 연이다.

바람이다. 몸의 소신공양이다. 별이다. 지상에서 올라가는 별, 마음이 환해지는 별.

소진이다. 제 몸을 다 태우는 자진이다. 승화다.

이 시인의 상상의 구도는 화엄(華嚴)의 사유와 상상력으로 차있다. 풍등의 세계는 우주의 만다라, 그 사이를 풍등처럼 타 올라 사라지는 생명의 메타포를 본다. 산성비 내리는 것을 보고 하마터면 아름답다고 말할 뻔 했다던 시인 아닌가. 그래서일까? 끝마무리가 승화다. 하지만 허무이면 어떤가. 한 줌 검은 재, 덧없음이면 안 되는가. 차고 맑은 아침 이슬을 보는 시인의 눈이 끝내 선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