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유안진,「지난겨울」(낭송 정선혜)

cassia 2016. 5. 24. 08:35

유안진,「지난겨울」(낭송 정선혜)

 

 

 

유안진, 「지난겨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지난날을
자랑할 수 있을까

 

휴지처럼 구겨 뭉쳐
내던지고 싶은,

 

이미 때 늦은
그래도 한번 더……

 

온몸의 피를
새것으로 갈아넣고

 

온몸의 살을
새것으로 다져넣고

 

모진 단근질로 혼(魂)을 다스려
한번 더 새롭게 태어나려는

 

저마다의 진통과 인내
필사(必死)의 수술실

 

필사의 위기를
겪으며 내가 산다.


시_ 유안진 – 안동에서 태어나, 1965년에서 67년 사이에 《현대문학》에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첫 시집 『달하』를 낸 이후 『물로 바람으로』, 『날개옷』, 『월령가 쑥대머리』,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 『다보탑을 줍다』, 『거짓말로 참말하기』, 『알고(考)』, 『둥근 세모꼴』, 『걸어서 에덴까지』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다.

낭독_ 정선혜 – 배우. 연극 ‘보고 싶습니다’, ‘가족’ 등에 출연.
출전_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다』(여백)
음악_ won's music library 06
애니메이션_ 박지영
프로듀서_ 김태형


유안진,「지난겨울」을 배달하며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라고 시인은 언젠가 노래했다. ‘나 스스로 터뜨리면 병아리가 된다’(계란을 터뜨리며)고도 했다.

 

‘한 눈 팔고 사는 줄은 진작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라는 성찰과 자책의 싯귀도 있었다.  

 

동전 하나를 주우며 다보탑을 주웠다고 말하는 시인은 또한 “성병에 걸렸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만해(萬海)가 강연, 축사 등에 불려 다니며 “내가 드디어 성병(聲病)에 걸렸구나”고  탄식을 했다는 일화가 있지만 성병(性病)- (聲病)을 말놀이한 이 시 역시 시인의 다른 시편들처럼 깊은 성찰이 담겨 있기는 마찬가지다.

 

질기고 뻔뻔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손가락으로 어디를 쑤시어도 편법과 악취가 새어 나오는 시대에 자연스러운 시 한편이 귀해 보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