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오세영,「마라톤」(낭송 김병수)

cassia 2016. 5. 11. 03:34

오세영,「마라톤」(낭송 김병수)

 

 

 

오세영,「마라톤」

 

무슨 일일까,
일순의 정적이 끝나자
-팡-
빙벽 깨지는 소리,
스타트 라인에 선 건각(健脚)들 일제히
앞으로 뛰쳐나간다.
돌돌돌
졸졸졸
보폭과 보폭을 다잡으며
먼 태양을 향해 나란히 일렬로 달리는 그들의
힘찬 역주(力走),
양안(兩岸)에 늘어선 산벗꽃, 진달래가 환호작약,
잠에서 막 깨어난 다람쥐, 꽃사슴의
갈채가 요란하다.

 

구만리인가, 십만리인가.
봄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점인가.

 

시_ 오세영 –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전남의 장성과 전북의 전주에서 성장했다. 1965년-1968년 《현대문학》에 추천으로 등단했다. 『별 밭의 파도소리』, 『밤하늘의 바둑판』, 『시론』, 『시 쓰기의 발견』 등 수십 권의 시집과 학술서, 산문집 등이 있다.

낭송_ 김병수 – 배우. 연극 ‘챠이카’, ‘내일은 참피온’ 등에 출연.
출전_ 바람의 그림자 『바람의 그림자』(천년의시작)
음악_ soundidea/solo instrument 중에서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오세영, 「마라톤」을 배달하며

 

계절이 새로 시작 되는 것을 팡! 하는 의성어로 요약했다. 그리고 마라톤으로 마무리했다. 하나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은 순환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혁명이요, 창조이며 탄생이기도 하다.

 

모든 시작은 팡! 이며 마라톤이다. 빙벽이 깨지고 건각들이 뛰쳐나가고 돌돌돌 졸졸졸 양안의 자연의 환호와 갈채가 있다. 그 속에 질주가 있다.

 

이것이 몇 만리이건 그것은 스스로 관여할 길이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긴 순환, 마라톤의 역사를 즐겁게 읽는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