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조용미,「작은 새의 죽음」(낭송 성경선)

cassia 2016. 4. 27. 04:11

조용미,「작은 새의 죽음」(낭송 성경선)

 

 

 

조용미, 「작은 새의 죽음」

 

죽은 참새가 마당에 떨어져 있다
 목련나무 아래
 납작해진, 이미 며칠이 지난
 새의 주검
 질경이 위에 누워 있는
 그 작을 것을 나는 그냥 둔다
 목련나무 아래 잠든 새의 죽음을 보라고
 꽃이 떨어지듯
 풀이 마르듯
 고요한 시간들을 그냥 두고 보려고

 

상복보다 더 하얀
 새의 죽음
 저 작은 새의 죽음만으로도
 모든 봄을 기억해낼 수 있으리라
 허공 속에 잠시 피어난
 붉은 꽃들,
죽은 것은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시_ 조용미 –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낭송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출전_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문학과지성 시인선 283)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문학과지성사)
음악_ won's music library 05 : heewon song
애니메이션_ 제이
프로듀서_ 김태형


조용미, 「작은 새의 죽음」을 배달하며

 

언제부턴가 우리 시에서 ‘고요’를 만나기 어렵다. 휴지(休止, pause)는 집으로 들어 설 때 현관처럼 우리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의 시는 죽음이나 비극, 혹은 상실을 소리 내어 울부짖기 일수이다.

이 시는 드디어 다다른 고요한 평화, 상복보다 더 하얀 시간의 고요를 보여준다. 꽃, 풀, 모든 봄의 기억들이 작은 새의 죽음 속에 하나의 은유로 모아진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에서 병과 죽음의식으로 위태롭던 시인이 이 ‘작은 새의 죽음’을 지나 고요를 거치며 드디어 우레를 먹은 “소나무”가 상처를 꽉 물고 있는 것을 볼 줄 알게 된 것이다. 우레를 삼켜 소화시켜 버린 푸른 소나무의 목울대가 그 흉터가 툭 불거져 나와 구불구불…….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