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현승,「구름의 산책」(낭송 정인겸)

cassia 2016. 4. 20. 03:08

이현승,「구름의 산책」(낭송 정인겸)

 

 

 

이현승,「구름의 산책」

 

아빠 구름은 어떻게 울어?
나는 구름처럼 우르릉, 으르릉 꽝! 얼굴을 붉히며,

 

오리는?
나는 오리처럼 꽥꽥, 냄새나고,

 

돼지는?
나는 돼지처럼 꿀꿀, 배가 고파,

 

젖소는?
나는 젖소처럼 음매, 가슴이 울렁거린다.

 

기러기는?
나는 기러기처럼 두 팔을 벌리고 기럭기럭.

 

그럼 돌멩이는?
갑자기
돌멩이를 삼킨 듯 울컥, 해졌다.
소리없이 울고 싶어졌다.

 

아빠, 구름은 우르르 꽝 울어요?


시_ 이현승 – 1973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났다. 2002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이스크림과 늑대』『친애하는 사물들』『생활이라는 생각』이 있다.

낭송_ 정인겸 – 배우. 영화 ‘암살’ 등에 출연.
출전_ 생활이라는 생각 『생활이라는 생각』(창비)
음악_ won's music library 05 : heewon song
애니메이션_ 박지영
프로듀서_ 김태형


이현승, 「구름의 산책」을 배달하며


생활이라는 통로를 통하여 시를 끄집어내고, 무심한 사물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  슬픔과 분노와 생존의 소리와 모습을 보여준다. 자칫 동화적 어투와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면 그만 낯익음에 덜미가 잡힐 수도 있지만 뜻밖에도 살아있는 소리와 표정, 삶의 애락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구름, 오리, 돼지, 젖소, 기러기, 돌멩이는 다른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시인이라는 한 존재 안에 들어 있는 고통과 애락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아빠라 호칭되는 이와 묻는 존재 역시 자문자답인지도 모른다. 구름처럼 오리처럼 돼지 젖소 기러기처럼 돌멩이처럼... 그렇게 울고 있는 시이다. 

 

한가지, 한국어는 다양한 의성어를 가지고 있지만 영어와는 좀 다른 묘사를 하고 있다. 오리는 꽥꽥이 아니라 영어 에서는 쿠엑쿠엑이다. 돼지는 꿀꿀이 아니라 오잉크 오잉크, 개는 멍멍 컹컹이 아니라 바우와우, 소는 음메가 아니라 무무, 고양이는 야옹이 아니라 미아우 미아우이다. 돌멩이는 어떻게 울까? 갑자기 광화문, 시청 앞에 집결한 돌멩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