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창수,「임자도」(낭송 장인호)

cassia 2016. 3. 29. 10:49

이창수,「임자도」(낭송 장인호)

이창수, 「임자도」

 

 

 

옻이 몸에 좋다는 말 듣고 옻닭을 먹었다
옻나무만 보아도 가려움에 시달리는 내가
한 그릇 깨끗하게 비웠다
밤새 핏자국이 맺히도록 온 몸을 긁었다

 

의사는 미련한 짓이라며
주사를 놓아주고 처방전을 주었다
두 달 동안 병원을 드나들어야 했다

 

임자도에 갔다가 옻이라는 임자를 만났다

 

내 사랑이 늘 그랬다

 

시_ 이창수 – 1970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2000년 《시안》으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물오리 사냥』, 『귓속에서 운다』가 있다.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출전_   계간 《시인동네》 2014년 가을호
음악_ Won's music library 01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이창수, 「임자도」를 배달하며

 

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빠지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병이다. 이 맹목의 격랑을 치르며 사람들은 오래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편작이 있어 이 병을 잠재우리. 어떤 주사로도 어떤 처방으로도 임자도에 갇힌 사랑 병을 쉽게 치유할 수 없으니 그저 온몸을 긁고 앓는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는 나중에야 알게 되리라. 사랑의 열병은 이 세상 어떤 탁월한 교사보다도 더욱 탁월하게 인간을 성숙시키는 과정이었음을…….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