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수명,「사과나무」(낭송 홍서준)

cassia 2016. 3. 22. 04:00

이수명,「사과나무」(낭송 홍서준)

 

 

 

이수명, 「사과나무」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다. 몸속에 사과가 쌓인다. 사과가 나를 가득 차지하면 비로소 사과는 숨진다. 사과가 숨질 때 나는 사과나무를 본다. 사과나무는 아름답다.

 

때로 다른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가 먹은 사과들이 내게서 탈주하는 것이다. 어제를 살해한 오늘의 태양처럼 빛나고 향기 나는 사과들. 사과는 사과나무를 불태운다. 사과나무는 아름답다.

 

시_ 이수명 –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작가세계》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로를 보는 고양이』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와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시론집 『횡단』, 번역서 『낭만주의』 『라캉』 『데리다』 『조이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 작품상, 노작문학상,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낭송_ 홍서준 – 배우. 뮤지컬 , 등에 출연.
출전_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문학과지성사)
음악_ Won's music library 01
애니메이션_ 신문희
프로듀서_ 김태형

 

이수명, 「사과나무」를 배달하며


‘너는 네 장미를 뽑아 던져 버린다. 그러나 꽃들은 방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다가 너에게 꽂혀 다시 꼬불꼬불 피어난다.’

 

 “사과나무”가 실린 시집의 첫 장에 놓인 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대상의 편에서 시를 출발 시키고 관행적 인식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방식으로 언어를 풀어 놓는다’ 는 시해설도 친절하다.

 

미지와 새로움을 향해 무모한 발걸음을 내 딛는 것은 창작의 본질이다. 관습적 시각과 표현의 상투성을 벗어나 굳이 낯설지만 외줄기의 길로 표표히 걸어가는 모습은 신선하다.

 

사과에다 부과했던 기존의 어떤 의미도 버리고 그저 시를 읽으면 알게 되리라. 에덴동산도, 한 입 베어 문 사과도,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심은 사과나무도 다 버리고 입에 침이 고이도록 시를 읽어 보면 ‘사과나무’가 그만 밝게 말을 걸어오리라.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