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진명, 「달의 밤」 (낭송 장인호)

cassia 2016. 3. 8. 04:39

이진명,「달의 밤」(낭송 장인호)

 

 

 

이진명, 「달의 밤」

 

뱃길 끊어진 바닷가 옛 작은 포구 마을

달이 저토록 높게 거기에 빛나고 있다

처음으로 크고 둥글어보듯 저토록 크고 둥글게

처음으로 환해보듯 저토록 밝고 환하게

처음으로 투명하고 서늘해보듯 저토록 투명하고 서늘하게

달이 저토록 높게 저기에 빛나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빛나보듯 얼굴 다 열려서

 

시_ 이진명 – 1955년 서울에서 출생.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등이 있음.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출전_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민음사)
음악_ Sound idea-solo instrument
애니메이션_ 제이
프로듀서_ 김태형


이진명, 「달의 밤」을 배달하며


모든 순간은 저토록 처음으로 높게 둥글게 환하게 투명하고 서늘하게...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순간으로 빛나보듯 얼굴 다 열려서...그렇게 한 생애이다.

  

달이 벼랑에 걸린 마을, 제주 애월(涯月)을 떠올리게 하는 시이다. 거기 수산리 돌담길에 한국의 대표시들을 새길 예정이다.

 

친애하는 애월읍 수산리 분들이여! 달처럼 둥근 돌들은 천년의 해와 바람, 그리고 바다가 만든 것입니다. 거기 새겨질 시편들은 이 땅의 시인들의 간절한 언어요, 가락입니다. 시를 새긴다고 자연과 돌을 파내고 깎고 깨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디 그냥 돌과 바람과 풀, 달빛과 시가 어울려 천년을 가게 해주십시오. ‘백사자’처럼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어른처럼 앉아있는 한라산의 늠름함도 함께 펼쳐 주십시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詩&憧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