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박찬일, 「함박눈」 (낭송 정인겸)

cassia 2016. 1. 26. 03:24

박찬일, 「함박눈」 (낭송 정인겸)

 

 

 

박찬일, 「함박눈」

 

봄이다 푸른 함박눈이 쏟아진다
하느님의 기다란 은총이시다
나도 언제 함박눈으로 갚으리라
혼신의 힘을 다해 하늘로 쏟아지리라

 

여러 색깔이 있다 푸른 함박눈이 있다
어떤 색깔로 쏟을까
나는 현재 즐거운 비명으로 산다

하느님은 돌아가시는 걸 좋아한다

 

시_ 박찬일 – 춘천 출생.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 고통』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모자나무』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 『인류』 『'북극점' 수정본』 등이 있다.

낭송 – 정인겸 – 배우. 연극 '2009 유리동물원', '맹목' 등에 출연.
출전_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심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웅진 뿔)
음악_ 권재욱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박찬일, 「함박눈」을 배달하며


봄이다! 이 감탄사만으로도 무거운 겨울옷을 한 겹 벗어버리고 싶다. 푸른 함박눈, 기다란 은총을 맞으며 나도 혼신을 다해 한번 함박눈을 하늘에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시에 등장하는 하늘과 하느님을 굳이 종교적 상징이거나 절대정신의 이름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그의 시에는 나비이든 돌이든 날개이든 고릴라, 삼손 데릴라, 나타샤이든 자주 하느님이 있다.  색채 이미지도 그의 시의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 봄, 푸른 함박눈, 하느님의 은총 사이에 서있는 한 존재! 역설 같지만 즐거운 비명의 현재! 그것이 시가 된다는 것이 상큼하다. ‘하느님은 돌아가시는 것을 좋아한다’는 다소 비약적이고 엠비규이티(ambiguity.애매성)한 마지막 행이 시의 맛을 오묘하게 돋구어 준다.


문학집배원 문정희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